잔혹한 진실과 끝없는 거짓, 그리고 그 중심에 선 7인의 운명.《펜트하우스》 제작진이 다시 선보인 파격 복수극 "7인의 탈출"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끝없이 뒤바뀌는 전개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드라마 "7인의 탈출", "7인의 부활" 등장인물 및 줄거리 : 숨겨진 진실, 7인의 연결고리
"7인의 탈출"은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둘러싼 7인의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과 거짓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지고 있으나, 소녀의 행방과 관련된 결정적인 비밀을 품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미노처럼 인생이 무너져 갑니다.
등장인물 중 핵심은 "금라희(황정음)", 대형 콘텐츠 회사 대표로 냉철하고 야망 있는 인물입니다. 소녀의 출생 비밀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감수하는 면모를 보입니다. 반면, 소녀의 양아버지로 등장하는 "민도혁(이준)"은 과거의 어두운 상처와 범죄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결국 진실을 쫓으며 복수심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양진모(윤종훈)"는 라희의 충직한 부하였으나 점차 진실 앞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보이며 극의 복잡한 갈등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 거짓을 퍼뜨리는 교사, 감춰진 재벌 후계자 등 다양한 인물이 얽히며 각각의 욕망이 충돌합니다.
"7인의 탈출"은 시즌1과 시즌2로 나뉘어 전개되며, 시즌1에서는 인물들의 과거와 사건의 단초가 집중적으로 다뤄졌고, 시즌2에서는 본격적인 복수와 진실 폭로가 전면에 등장합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회차마다 반전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계'라는 테마를 강하게 인식시킵니다.
드라마의 기획 의도 : 막장 그 너머, 인간 본성과 사회 풍자의 이면
"7인의 탈출"은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 등을 만든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의 재회작으로, 그간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을 계승하면서도 더 깊은 인간 심리와 사회적 모순을 짚으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기획 의도는 명확합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악인 중 누가 더 큰 악인가"라는 상대적 도덕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시청자에게 도덕적 판단을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간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도덕적 기준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며, 복잡한 심리게임처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각 인물은 단순한 클리셰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의 다층적 감정과 트라우마, 욕망이 교차된 복합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있어, 시청자는 때론 이해하고, 때론 분노하며 이들에 감정 이입하게 됩니다. 또한 드라마는 언론의 왜곡, SNS의 가짜 뉴스 확산, 재벌과 권력의 결탁 등 현대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단순한 막장 드라마를 넘어서는 깊이를 추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전개와 자극적 설정을 유지함으로써, 대중성과 화제성을 놓치지 않는 균형을 잡으려 한 점이 돋보입니다. 이는 '막장'이라는 키워드로 회자되면서도 동시에 '작가의 서사 설계'에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극단과 감정의 롤러코스터, 피로감과 흡입력 사이
"7인의 탈출"은 그 자체로 논쟁적인 드라마입니다. 비현실적인 설정, 비도덕적인 인물, 극단적인 전개는 분명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동시에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시청자들은 등장인물의 선택에 분노하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며 그들의 말과 행동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캐릭터가 선악의 명확한 구분 없이 계속 변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분명한 악인처럼 보였던 인물이 어느 순간에는 동정을 유발하고, 반대로 정의로워 보였던 인물이 거대한 배신의 주체로 드러나는 순간들이 연속되며,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다만 모든 캐릭터가 극단적이라 현실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자극적인 전개가 반복되며 피로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보다 더 강하게 보여주는 예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인의 탈출》은 의도된 과장을 통해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사실 처음에는 “또 자극적인 막장극이구나” 싶었지만, 점차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단순한 자극 이상의 메시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집단적인 책임 회피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묘한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황정음 배우의 캐릭터 해석력과 이준 배우의 깊은 내면 연기가 돋보였고, 각 인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표정과 감정선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 드라마는 어디로 가려는 걸까?”라는 호기심이 계속 생겼습니다. 피로감과 흡입력이 공존하는 작품이라, 보는 이의 감정 컨디션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목할만한 시청 포인트 : 반전의 연속, 캐릭터 중심 서사, 자극적 장르의 총합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예상 불가한 전개와 반전입니다. 거의 매 회차마다 "이럴 수가?" 싶은 장면이 등장하고, 시청자는 자신이 신뢰했던 인물에게 배신당하며 또 다른 복선과 의문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또한 캐릭터 중심의 강한 드라마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한두 명의 주인공이 아닌,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관계가 극의 중심을 이룹니다. 이로 인해 '누가 주인공인지'가 흐려질 정도로, 각 인물의 서사가 균형 있게 조명됩니다.
마지막으로, 김순옥 작가 특유의 과감한 설정과 현실 초월적인 전개는 취향을 타긴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처럼 소비되고 있습니다.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 중독성'이 그 핵심입니다.
- 방송사: SBS
- 방송 일정: 2023년 9월 15일 ~ 2023년 11월 17일(시즌1, 총 17부작), 2024년 3월 29일 ~ 2024년 5월 18일(시즌2, 총 16부작)
- OTT 서비스: Wavve, 넷플릭스(일부 국가), TVING